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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rica/egypt

[01] memory of carrier

28. Dec. 08 / Cairo 1

기운이 쭉 빠지던 여행의 첫 날. 병신짓 제대로 한 날이기도 하다.

도하에서 카이로 오는 기내에서 하이네켄을 한 잔 마시며 맘마미아를 볼 때만해도 행복했다. 그 행복 카이로 도착하면서 와장창 깨져버리고 혼란으로 바뀌었다. 비행기에서 내릴 때까지만해도 복대에 여행경비를 넣어놓고 200불을 가지고 있었다. 나의 계획은 환전 $200 + 비자피 $15 + @(여윳돈)였는데 잔돈으로 핸드폰을 사고 비자피를 채워야하는 것을 까맣게 잊어버린 것이다. 이것이 나의 첫 실수였다.

며칠간 부족한 수면과 맥주로 몽롱하게 카이로에 입성한 나, 카이로에서 날 맞이하고 있는 것은 입국심사 전부터 사람을 찾는 사람, 택시타라는 사람들이었다. 물론 날 기다리는 건 절대 아니였다. 그 많은 사람들을 헤치고 시끄럽게 불라불라하는 소리를 뒤로한 채 환전소로 가서 200불을 '다' 환전했다. 물론 비자피 생각안했다.
환전하고 나니 비로소 '비자' $15가 떠오른다. 망할.... 복대속에서 돈을 꺼내야하는데... 긴 니트원피스를 입었다. 결국 화장실로 갔다.
난 화장지 필요없는데 문입구에서 화장지를 준다. 별 생각없이 받고 그 휴지 5초도 안되어 휴지통으로 쑥 들어가버렸다. 정말 비싼 휴지였다. 비자피를 꺼내 나오는 나에게 박시시로 $1를 요구했으니까... 이렇게 화장실에서 이집트의 '박시시'와 첫 대면을 했다.

정신차려야겠다는 생각에 조사해온대로 버스타고 카이로 시내로 가야겠다며 버스승강장에 갔는데 이런 또 망할.. 버스값을 내기엔 내가 가진 돈이 너무 크다. 잔돈을 받기 쉽지 않을 것 같아 환전소에 가서 잔돈으로 바꿔 셔틀버스에 올랐다. 휴~ 정말 정신이 없었다. 백팩과 크로스로백을 매고 손에는 라면상자와 핸드폰 쇼핑백, 옷을 들고 있었으니까... 한숨을 돌리려는 찰라, 근데 버스에 내 캐리어가 없다. 급당황모드로 변신... 발을 구르기 시작..
동양인인 나에게 이집션의 큰 눈이 집중되어 있었기에 나의 변신모습을 보습을 보던 사람들이 수군거린다... 아무튼 정류장에서 서자마자 이집션들을 헤치고 내려 아무나 붙잡고 공항가는 방법을 물어보기 시작했다. 다 큰 처자가... 눈엔 눈물을 보이며... 발은 동동구르며...
사람들이 모여든다. 한사람이 가까이 올 때마다 내 사정을 설명해야만 했다. 열댓명가량 내 주위를 둘러싸자.. 사정설명은 이제 그만 무조건 공항가야된다는 말만 반복했다. 그런 나를 봤는지 한 아줌마가 오시더니 나를 안심시킨다. 자기와 함께 공항에 가자고... 여자니까 믿으라며... 꼭 찾아주겠다고...
공항으로 갔더니.. 환전소 옆에 얌전히 있는 내 캐리어를 발견, 그 자리에 주저 앉아버렸다. 그런 나를 다독여주던 아줌마, 그 아줌마의 두 아들과 딸... 남편을 기다리러 같이 가잔다. 숙소까지 가는 걸 도와주겠다며... 불쌍한 나에게 온정의 손길을 주셨던 그 분...
그들의 차에 5식구에 나, 그리고 내 캐리어, 내 캐리어보다 작은 캐리어와 훨 큰 캐리어, 아저씨가 사온 아이들 선물을 다 싣고(트렁크에도 안 들어가니까 내 캐리어는 그들 무릎 위에. 내 캐리어 호강했다 -.-) 그들의 도움으로 람세스힐튼까지 왔다. 아라빅으로 샬라샬라하는 그 가족의 대화. 말은 못 알아들었지만 억양, 웃음 분위기로 행복한 가족의 모습이 내게도 전해졌다. 헤어지면서도 어떤 어려움이 있으면 꼭 연락하라며 명함과 전화번호를 적어서 손에 꼭 쥐어주던 그분들, 나와 말하고 싶어 내 내 주위를 기웃거리며 너무나 사랑스러운 미소를 보내던 막내아들 9살 꼬마(아하메드? 이름은 가물가물), 한국의 교육 커리큘럼에 대해 관심이 많아 메일로 한국교육상황에 대해 알려달라던 그 아줌마... 못잊을 사람들이다.

NG하우스... 우리의 첫 숙소. 홈페이지에 있는 설명대로 찾아왔는데 숙소를 못찾겠다. 람세스힐튼에서 택시타고 왔는데 운전기사가 다 왔다고 말해도 내 눈엔 숙소를 알리는 것이 안보이니까 무대뽀로 여기가 아니라고 우겼다. 숙소가 안보이니 택시에서 난 내릴 수가 없었다. 더이상은 지쳐서 헤맬 수 없었으니까... 결국 기사가 다른 사람을 불러서 맞다는 것을 확인해주니... 숙소가 안보여도 내릴 수밖에 =.= 내려서 슈퍼로 보이는 가게에 들어가 전화부탁. 숙소를 찾았다.
근데... 이 no good 하우스 쥔장, 원치도 않던 오뚜기 야채스프 커피양만큼 먹이더니.. 그 설거지 내가 했다. 집에서도 잘 안하는 걸 이집트 첫 날.. 했다. 게다가 언니마중을 나보고 나가란다. -.- 나가는건 나가는건데 그 이유가 웃기다. 니 친구니까 니가 나가야된단다 ㅡ_ㅡ;;;; 언니가 밤11시쯤 도착하는데 그 밤에... 5층인데 엘리베이터도 안되고 계단도 컴컴해서 불을 켜고 내려가야했으며 건물현관 열쇠도 들고나가서 열고 잠가야했다. 밖은 정말 상점들은 다 문을 닫고 컴컴했는데... 카이로에 처음 온 나를 내려보내다니... 본인은 언니와 통화하면서 베란다로 내려다보고... 정말 첫 날 제대로 힘들었던 날이다.

이 때까지... 사진 한 장이 없다.. 사진찍을 여유가 없었던 날이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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