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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여행(이상은) 북노마트



#19.

어제는 날아 가버린 새를 그려/ 새장 속에 넣으며 울었지/ 이젠 나에게 없는 걸 아쉬워 하기보다/ 있는 것들을 안으리


#47.

베를린의 이름 모를 서점에서 뜻하지 않게 나를 찾아온 질투라는 감정은 책이야말로, 서점이야말로 우리의 영혼이 꿈꿀 수 있는 권리를 지닐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었다. 누군가의 펜 끝에서, 누군가의 타자기에서, 누군가의 컴퓨터 자판에서 만들어진 언어가 세상을 그대로 ‘반영’하거나, 혹은 세상에 ‘반역’함으로써 생기는 이 아름다움의 결정체를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고 소리 없이 외치는 것만 같았다. 베를린은, 베를린 사람들은 책들이 만들어내는 이 세계를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세상을 구성하는 보이지 않는 언어 속에 내포된 의미를 이들은 캐묻고 있었다. 이들의 표정에서는 언어를 거치지 않은 세성의 원리는 유효하지 않다는 오만함마저 느껴지는 듯 했다.


#61. 베를린의 향기

눈을 떠보니 온몸에 베를린이 스며들어 있다.

여행에서 마나는 공기와 풍경은 메마르고 밋밋해진 나에게 새로운 향을 불어넣는다. 불과 하루 만에 꿀에 절여놓은 과일처럼 '베를린 향기'가 내 몸에 스며든 것이다.

기분이 좋다.

여행이 끝나는 날, 나는 어떤 모습으로 이 도시를 떠나게 될까?


#194-195

내가 가는 이 길이 어름 모래의 사막이나/ 달마저 뜨지 않는 황야일까

외로우면 하늘과 스쳐가는 풍경을 보며/ 세상에 던져진 나를 잊었네 (이상은-길-)


#197

사람들은 여행지에서 너무도 부지런하게 살아간다. 여행지에서의 일상을 인정하지 않는다. 여행지에서 느끼는 감정을 조목조목 설명하기 위해 안달한다. 자신만의 은밀한 이야기를 만들기보다 남과 같은 기억을 소유하기 위해 노력한다.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을 느끼고 싶을 때에는 잠시 쉬었다 가는 게 필요하다. 여행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여행자란 원래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고향에 두고 온 순례자가 아니던가.


#245

물론 누구의 삶이 더 낫다고 얘기할 필요는 없다. 자음과 모임이 서로의 몸을 섞어 언어가 탄생하듯 세상은 서로 다른 삶이 모여 만들어가는 것이다. 노랫말을 붙이다 보면 여러 가지 언어를 놓고 고민하게 된다. 각기 저마다 합당한 이유를 지닌 단어들을 선택하는 것은 재미있으면서도 어려운 일이다. 별빛과 달빛의 룩스가 다르듯이, 사람은 저마다 다르다. 어떤 이에게 따분한 일이 어떤 이에게는 형용할 수 없는 즐거움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어떤 이는 감정을 절제한 짧은 문장에 열광하지만 또 어떤 이는 은유가 넘치는 달콤한 문장을 사랑한다. 누구나 자신에게 주어진 길이 있다. 중요한 건 그 길을 어떻게 걷느냐가 아니라, 반드시 걸어야 한다는  데 있다. 저마다 다른 방법으로 걸어도 좋다. 실패를 되풀이해도 좋다. 각자 자신만의 신념과 방법으로 내 앞에 주어진 길을 걷는 것, 그것이 중요하다.


#276.

분명 같은 시간, 장소에 있었는데 내가 보지 못한 것을 발견한 친구가 새삼스럽다. 나와는 전혀 다른 눈을 갖는다는 것. 누군가 함께 여행을 온다는 것의 가장 큰 미덕은 바로 여기에 있다.


사진이란 참 매력적이다. 사진은 풍경만 남기지 않는다. 사진을 바라보는 순간, 그 순간을 주시하던 내가 다시금 되살아난다. 사진은 결코 종이에 찍힌 풍경으로만 남지 않는다. 각각의 사진마다 그 풍경을 바라보던 내 마음의 부위가 다름을 알 수 있다. 어떤 것은 이미 녹슬었지만 어떤 것은 여전히 생생하다. 자, 이제는 사지을 보며 기다리는 놀이를 했으니,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을 관찰하는 놀이를 해야겠다.


#290-291

위태로운 시간, 무기력한 일상

삶 속에 내재된 달콤한 행복을 찾기 위해서는 일상이라는 이름의 무서운 녀석과 치열하게 싸워야 한다. 그것으로부터 잠시 벗어나야 한다. 잠시 벗. 어. 나. 는. 것. 여행이란 그래서 행복하고 소중한 것이다.


#299

여행을 마무리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여행에서 얻은 힘으로 씩씩하게 살아가는 데 있다. 다른 사람이 뭐라고 하든지 나의 길을 꿋꿋하게 걸어가는 것, 뉴욕이나 런던을 따라가지 않고 자신의 개성을 지키고 앞으로 묵묵히 나아가는 베를린처럼 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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