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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공지영, 오픈하우스


#25.
상처받을까 하는 두려움은 잠시 미뤄 두자. 예방주사도 자국이 남는데 하물며 진심을 다하는 사랑이야 어떻거 되겠니. 사랑은 서로가 완전히 합일하고 싶은 욕망, 그래서 두 살은 얽히고 서로의 살이 서로를 파고들어 자라는 과정일 수도 있단다. 그러니 그것이 분리될 때 그 고통은 얼마나 크겠니? 내 살과 네 살이 구별되지 않고 뜯겨져 나가며 찢어지겠지. 비명을 지르고 안지르고는 너의 선택이다. 그러나 그것은 아픈게 당연한 거야.

#29.
엄마가 나무라는 것은 '너의 게으름'이지 '게으른 너'가 아니라는거야. 우리가 비난에 상처 입는 것은 대개는 이 둘을 잘 구별하지 못하기 때문이지. 진정한 충고인지 비난인지는 사실 말을 하는 사람이 이 둘을 잘 구별하고 있는 가에 따라 달라지기도 해.

#37.
넌 스무 해를 살았니? 어쩌면 똑같은 일 년을 스무 번 산 것은 아니니? 네 스무살이 일 년의 스무 번의 반복이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야.

#42.
나의 창조물들을 자세히 보아라. 어떤 눈송이도 똑같이 생긴 것이 없다. 나뭇잎이나 모래알도 두 개가 결코 똑같지 않다. 내가 창조한 모든 것은 하나의 '원본'이다. 따라서 각자 어떤 것과도 대치될 수 없는 거란다..... 너를 미카엘이나 라파엘로 만들 수도 있었다. 그렇지만 나는 네가 너로서 존재하고 나의 고유한 미니멜이기를 원한다. 태초부터 내가 사랑한 것은 남과 다른 너였기 때문이다. 너는 내가 오랜 세월에 걸쳐 꿈꿔 온 유일한 미니멜이다.

#58.
책을 펼 수 있는 계절이 온 거지. 그건 다른 말로 하면 책장을 여는 시간, 그러니까 무언가에 대해 나보다 더 골똘히 생각해 온 사람, 나와는 다른 각도로 세상을 보아 온 사람에게 마음을 여는 시간, 약간의 갑갑함을 넘어가면 다가오는 고요 속에서 우리가 성장하는 시간이 온다는 의미가 된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되었으니까

#64.
우리는 나이 들수록 의문을 품지 않고 질문을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자신이 배운 삶의 가치를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그렇게 되면 어느 날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지는 것이 된다. 절대적이고 당연한 가치들이 존재하는 곳에서 능동적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네가 온전히 너의 삶을 살기를 바란다. 그렇기 위해서는 너와 네가 사는 세상을 낯선 시간으로 볼 필요가 있다. 좀 더 객관적인 눈으로 인생을 멋지게 설계하기 위해서 말이다.........그냥 살아지는 것이 아니라 네가 살아 내는 오늘이 되기를. 당연한 것을 한 번 더 당연하지 않게 생각해 보기를. 아무것도 두려워 말고 네 날개를 맘껏 펼치기를. 약속해.

#98.
가끔 눈을 들어 창밖을 보고 이 날씨를 만끽해라. 왜냐하면 오늘이 너에게 주어진 전부의 시간이니까. 오늘만이 네 것이다.

#104.
사람들은 사건 때문에 혼란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든 사건에 대한 표상때문에 혼란에 빠진다. 죽음이 끔찍한 것이 아니라 죽음에 대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표상이 끔찍한 것이고 깨어진 꽃병 자체가 끔찍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자신과 꽃병을 동일시하여 꽃병이 깨어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온마음으로 꽃병에 집착하는 것이 상처를 입히는 것이다. 돈을 잃어버렸다는 사실 자체가 우리에게 상처를 입히는 것이 아니라, 돈은 꼭 필요하며 돈 없이는 살 수 없다는 생각이 상처를 입힌다.

#168.
도전하거라. 안주하고 싶은 네 자신과 맞서 싸우거라. 그러기 위해 너는 오로지 네 자신이어야 하고 또 끊임없이 사색하고 네 생각과 말과 행동의 배후를 묻고 또 읽어야 한다. 쌓아 올린 네 건물이 어느 날 흔적도 없이 무너지는 기분이 든다 해도 두려워하지 말아라. 생각보다 말이야. 생은 길어.

#178.
진정한 자존심은 자신에게 진실한 거야. 신기하게도 진심을 다한 사람은 상처받지 않아. 후회도 별로 없어. 더 줄 것이 없이 다 주어 버렸기 때문이지. 후회는 언제나 상대방이 아니라 자신을 속인 사람의 몫이란다.


내가 좋아하는 선물 중 하나는 책을 선물 받는 것이다. 생각지도 못하게, 그 사람의 친필편지와 함께 받는다는 것 생각만으로도 이미 받은 것마냥 행복해진다. 이 책을 위의 세가지 조건을 다 충족시키며 내 손으로 들어왔다. 사실 공지영이라는 작가... 봉순이 언니로 첫만남을 시작하고, 우행시라는 영화로, 사랑 후에 오는 것들로.. 만나고 이번 책으로 또 한 번 만났지만 아직 친해진 것 같진 않다.
그래도 나보다 오래산 사람으로부터, 나와 같은 고민을 나보다 더 오래한 사람으로부터의 그의 생각을 들었다는 것만으로 공지영씨의 말을 빌리자면
무언가에 대해 나보다 더 골똘히 생각해 온 사람, 나와는 다른 각도로 세상을 보아 온 사람에게 마음을 열고 약간의 갑갑함을 넘어가면 다가오는 고요 속에서 나의 성장의 시간이 되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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